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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2 결말

이 글에는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시즌2에서도 오티스와 메이브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시즌2의 결말은 매우 화가 납니다. 주인공 둘이 빨리 이어져버리면 앞으로 극 전체를 끌고 나갈 원동력을 잃어버리니 이해는 합니다만. 오티스와 메이브를 엇갈리게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장치 중에서 이런 찌질한 연출을 골랐는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어그로를 끌어서 시즌3의 추진력을 얻고자 했다고 참작하는 정도인데 그 어그로가 좀 재수 없어서 다음 시즌을 보기가 싫어질 정도에요. 게다가 이런 연출을 한 의도가 극의 완결성보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데 더 무게를 뒀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어서 짜증이 납니다. 

 

오티스는 퀴즈 대회 생방송에 출연 중인 메이브에게 음성메시지로 진심을 남깁니다. 하지만 아이작이 메이브 몰래 음성메시지를 지우면서 시즌2가 끝이 나요. 

 

시청자들은 아이작을 욕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아이작이 하반신 마비라는점이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보고 시청한 후기를 적으면서 아이작을 욕했다고 가정해보죠. 악의적으로 편집하면 아이작에 대한 욕은 장애인 혐오로 조리돌림 당하기 십상입니다. 미국에서는 더 그렇겠죠. 허구의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설정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삼각관계 구도가 빠질 수 없다지만, 잭슨에 이어 라이벌로 등장시킨 상대 캐릭터에 굳이 하반신 마비라는 설정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입니다. 

 

 

 

 

잭슨은 오티스와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캐릭터였어요. 잘 생기고, 외향적인 성격에, 몸도 좋은 수영선수이자, 인기 만점인 학생회장이었습니다. 잭슨과 메이브가 헤어지고 나서 삼각관계 구도의 다음 라이벌로는 잭슨과는 좀 다른 캐릭터, 즉 오티스와 비슷한 면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리라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반신 마비라니요? 작가나 감독은 이 설정을 극적으로 그다지 활용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결말에는 시청자들이 아이작을 욕하게끔 연출하죠. 덕분에 분을 참고 다음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불편해하는 팬들을 보며 희열을 느끼고 있을까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려는 연출을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유쾌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대부분 극적으로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라힘만 보더라도 작가나 감독이 보여주려는 정치적 올바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죠. 라힘은 이란 출신에, 무신론자에, 게이입니다. 그리고 그런 라힘이 에릭을 따라 흑인 커뮤니티의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목사와 대화하는 장면까지도 연출하지만 그렇게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작의 거추장스러운 설정은 시즌2 내내 극적으로는 제대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시청자들을 가르치려는 작가나 감독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느껴지요. 프로파간다가 아닌 드라마를 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여가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시즌2의 결말을 나머지 인물 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먼저 메이브는 퀴즈 대회에서 우승합니다. 한편 아이작의 도움으로 엄마의 약물 복용증거를 찾아내 신고합니다. 결국 에린은 딸과 함께 퇴장합니다. 불쌍한 아가. 정말 귀여웠는데 말이죠. 시즌2 결말에서는 메이브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네요. 애덤은 뮤지컬 도중 난입해 에릭에게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에릭은 흔쾌히 받아주지요. 그 모습을 관객석에서 지켜보던 라힘은 에릭을 떠납니다. 잭슨은 엄마와 오해를 풀면서 수영을 관두고 연극을 무사히 마칩니다. 그리고 비브와 다시 친구가 됩니다. 설마 잭슨, 비브? 올라는 릴리와 연인이 됩니다. 올라가 오티스와 헤어지는 마당에 양성애까지 다루고 싶었나 봅니다. 다만 그 과정은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지네요. 한편 올라와 애덤이 친구가 되는 과정은 꽤 가슴 뭉클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에이미는 버스에서 생긴 성추행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시작합니다. 에이미의 에피소드야말로 정치적 올바름을 작품에 잘 녹여낸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의 임신이 밝혀집니다. 갱년기 증후군과 임신이라니. 작가나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아 보입니다. 만약 다음 시즌에 진이 늦둥이를 낳게 된다면 부모님들의 재혼과 함께 오티스와 올라가 법적으로 남매지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티스에게도 떡밥이 하나 생깁니다. 오티스의 집에서 파티가 있었던 날 오티스와 루비는 잠자리를 갖게 되는데요. 오티스의 첫 경험? 둘 다 술에 취해 피임을 했는지안 했는지 기억을 잘 못하고 결국 함께 사후피임약을 사러 다녀옵니다. 하지만 사실은 아무 일도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루비가 올라 대신 메이브와 새로운 삼각관계 구도를 만들지도 모르겠네요. 오티스, 루비는 단순히 제 희망사항입니다. 오티스와 루비가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만 메이브를 잊어버리고 말았네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죠. 그래서 오티스의 첫 상대가 메이브가 아니길 바랬습니다만. 이제 올라가 지나갔으니 다음 시즌에서는 오티스가 꼭 루비나 메이브와 이어지길 바랍니다. 

 

비록 시즌2의 결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도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손에 꼽을 만큼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성 상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의 로맨틱 코메디물이라며 파격적인 연출로 관심만 끌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관계와 인생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좋은 드라마입니다. 마치 극 중에 릴리가 연출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요. 최근에 제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더 그랬는지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보며 많이 위로를 받았습니다. 언젠가 드라마를 보며 웃을 수 있듯이 제 인생도 웃어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시즌3을 기다려봅니다.